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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찾은 하이텔의 추억

가끔은 하이텔이 그리울때가 있다.

축구동호회.

지금도 물론이지만 스틸러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붉은악마도 생기고

밤새워 인터넷이 아닌 PC통신으로 좋은 사람들과 축구를 얘기하던 시절이다.

다른분들의 놀라운 식견에 감탄하기도 하고, 내 의견을 올려보기도 하고 쓸데없이

잘난척도 해보던 그런 시절.

그때나 지금이나 축구, 팬...모든것에 관한 고민은 변한것이 없다.

하지만 옛것은 무조건 그리운 것일까. 그때는 축구외에도 즐거운 이야기들이 게시판

에는 많이 있었다. 축구외적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물론, 영화나 음악 혹은 읽었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혹은 배꼽을 잡게 만드는 농담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

도 있었다. 모두가 정겨운 기억들이다.

요즘 인터넷 축구 사이트들은 전문가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난 요즘의 냉소적인

분위기가 싫다. 수많은 담론들이 늘 오가지만 뭐랄까 포장마차에서 우동국물 후루룩

거리며 떠들어대느듯한 그런 분위기, 서로간의 신뢰랄까, 뭐 그런게 없다.

한마디로 정보는 많은데 재미는 없다는 얘기.

파란에서 하이텔 글 모아둔 곳을 몇군데 가보니, 몇몇개가 눈에 띄인다.

음악이며 영화며 내가 남긴 자취들이 보인다. 지금보니 쫌 그렇기도 하다. ^^

근데 사실 축구동호회의 글은 되찾고 싶은데 신청기간이 지났다나 어쨌다나...

아쉽다.

그래도 몇개는 건졌는데 그중 하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올려본다.

'이나바'라는 일본 청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98년 봄이었던 모양이다. 그친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짝퉁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던...ㅎㅎ

글 내용을 보니 붉은악마가 생기고 아직 서포팅에 대한 명쾌한 방향성이 확립되기전

방향성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난무했던 시절인것 같다.

그리고 글속의 꽹가리건은 지금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김덕수패가 응원에 참여할 만큼

보편화되기도 한 것이다. 그때는 무조건 유럽식이라는 분위기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벌써 8년전이라니...내가 하이텔에서 놀던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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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혁 (Bigjoke )

[참고] 어떤 친구가 말하길, 07/07 02:54 76 line

올해 봄,언제쯤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베낭여행을 하던 일본인 한명이 한국의 전용구장의

위용을 보러 포항에 온적이 있었습니다,

"이나바"라는 친구였는데,저희 포항서포터랑 우연찮

게 한자리를 하게되어 경기후 회식까지 같이 갔었던

적이 있었습니다,(포항서포터들은 다 기억할듯,)

그친구는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좋아하고,한국대표팀

의 유니폼까지 사입을 정도이고,포항 전용구장을 보

러 포항까지 들를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였습니

다.(포항에서 경기를 같이보고,회식까지 갔었는데,

사실 이친구는 경기장밖에서 사진만 찍고 갈 예정

이었다고 고백하더군요,)

왜 그친구 얘기를 하느냐 하면,그 친구가 그때 저한

테 해준 얘기가 저도 꼭 한번 하고싶은 얘기였기 때

문입니다.

그친구는 말했지요.

한국의 서포팅은 일본과 너무 닮아있어서,실망했다

고 말입니다.당장 들으면 누구나 흥분할 말이지만,

그친구의 말은 일리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서포터가 일본을 모방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한국의 서포터는 왜 그러냐,붉은 악마도 포항 서포터

도 한국축구와는 너무 안어울리는 서포팅을 하고있다.

모여서 함성을 지르고,개선행진곡을 허밍하고,고웨스

트를 부르는것은 세계적이고,일본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은 느려터진 일본축구에나 어울리는것이다,

팀칼라가 뚜렷하고,나름대로의 전통이 있는 한국과는

도무지 어울리지도,할 필요도 없는 방법이다,

그는 일본은 축구의 역사가,개성이,그들만의 특성이

아직 없기때문에 유럽을 철저히 모방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는 제안했습니다.

한국은 축구의 특성이 뚜렸하다,한국민의 민족성을

축구경기에서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축구는 신명의 축구며,기세의 축구며,스피드의

축구이다.이것은 한국의 전통문화와도 일치한다,

왜 한국은 그런 민족성과 축구팀의 특성을 대변해줄수

있는 꽹가리를 사용하지 않는가,(그는 꽹가리를 몰라

서 종이라고 하더군요,꽹가리치는 시늉을 하면서,)

오직 꽹가리만이 한국 서포터임을 알릴수있고,한국팀

의 스피드를 표현할수 있으며,한국팀의 기세와 신명

을 표현할수 있다,라고 하더군요.

그의 의견은 축구의 전통이 없는 일본의 서포팅과

화려한 전통을 가진 한국의 서포팅이 닮아야할 이유가

없는데,왜 닮아있냐는 의구심이었습니다,

또,일본인이지만,한국축구팬의 한사람으로서의 불만

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서포팅이란,선수들의 플레이를 조정해주어야

하는 역할도 있다고 한마디 더 붙이더군요,

이를테면,선수들이 너무 성급하면 서포팅은 템포를

늦추고,너무 루즈하면 서포팅은 거칠게,뭐 이런식으로

말입니다,

저는 이 "이나바"라는 친구의 조언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경청해야할 의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축구가 위대한(?)이유중의 하나가 그 세계성입니다.

시베리아 얼음판에서도,사막의 오아시스옆에서도,

우리집앞 놀이터에서도 볼수있는 모습이 축구공차는

모습이지 않습니까,

축구는 유럽만 하는것이 아니며,남미만 하는것이 아

닙니다.아프리카에서도 축구를 하며,중동에서도 축구

를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축구를 합니다.

중동팀과 경기할때의 경기장 분위기를 기억하십니까,

중동원정때는 땅에서 뱀이 나올듯한 소리로 피리같은

것을 불러대지요,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은 원주민들

처럼 북을 둥둥 쳐대더군요,일본의 울트라니폰의 서

포팅은 부르는 노래는 어떤지 몰라도 그들의 모습은

절대 유럽의 그것이 아닙니다,일본에서 오마츠리를

한번 보신적이 있는 분이라면,금방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붉은 악마의 태동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을 1기로 본다면,

그 1기는 매우 성공적이고,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해

온 소중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월드컵 이후 맞이할 2기에서는 무엇보다 개성을

찾는것을 목표로 해야하지 않을까요,

-큰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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