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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는 아무나 하나

이제 우리팀을 떠난 선수이니 이제서야 솔직히 말할수 있겠다.

떠난 선수의 뒤에대고 하는 말이니 좀 그렇지만 어짜피 축구팬들은 이기적이고 비이성적인 존재아닌가..

난 솔직히 김병지가 싫다.

울산현대에 있던 시절부터 싫었고, 스틸러스에 오고 나서는 내가 도대체 이선수를 왜 응원해야 하는 건가..라는 고민이 늘 들곤 했다. 많은 팬들이 김병지의 이적을 아쉬워했지만 나는 속이 시원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쌍수들어 김병지의 서울 이적을 환영한다.

먼저 이야기에 앞서 내가 김병지 선수의 골키퍼로서의 실력은 제대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말해두고 싶다. 그는 리그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프로근성을 가진 선수이고 현역 최고의 골키퍼임에도 두말할 나위는 없다. 시합에서도 늘 승부욕을 불태우는 모습, 철저한 자기관리, 한마다로 어떻게 보면 욕먹을 이유가 없는 골키퍼이다. 스틸러스의 팬들이라면 김병지 골키퍼의 이적을 슬퍼해야 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지 모른다.

하지만 전세계 어디에서와 마찬가지로 K-리그에도 실력이 모든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불변의 진리는 통용된다. 항상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팀만 사랑받는것이 아니듯 선수들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팬들이 선수를 싫어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전혀 논리적일 수 없는 것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내가 김병지 선수가 싫었던 이유 역시 남들이 보면 말도 안되는 이유 투성이다. 바로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아주 비이성적인 이유가 되겠는데, 바로 그는 내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나는 2002년 월드컵 준비과정에서도 라이벌팀의 골키퍼임에도 불구하고 김병지보다는 이운재를 지지했다. 난 튀는 선수는 좋아하지 않는다. 팬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을 돋보이게 하는데 신경쓰는 선수들이 그들이다. 난 희생적인 선수들을 좋아한다.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말은 나에게는 불쾌한 이야기일 뿐이다. 나같은 팬에게는 그저 우리팀이 이기는 것, 위기를 당하지 않는것이 가장 좋은 볼거리이다. 전임이던 김이섭, 조준호는 이런점에서 뛰어났다. 난 조준호가 우리팀에 있어주기를 바랬다. 특히 그의 PK 방어능력을 생각해 보라. 김병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현재 부천에서의 성적도 조준호가 얼마나 뛰어난 골키퍼였는지를 말해준다. 고액의 영입스타인 김병지를 위해 조준호를 포기한것, 내가 김병지가 싫은 첫번째 이유이다.

두번째,

김병지는 이미 울산의 레전드급 골키퍼였다는 사실이다.

김병지는 울산에서 연습생을 거쳐 주전으로 도약, 신기의 플레이와 개성을 펼쳐보이며 국가대표까지 일약 한국최고의 골키퍼로 성장한 입지전적인 선수이다. 그 과정에서 울산팬들이 그에게 보인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밀양출신으로 울산현대의 간판인 그는 현재도 리그 팬들에게는 울산의 김병지가 가장 자연스러운 이미지일 것이다. 그런 선수는 어딜가나 울산선수일 뿐이다. 그가 은퇴한 이후 두고보라, 포항의 김병지가 될지, 서울의 김병지가 될지...결국 울산현대의 김병지이다. 그만큼 그가 울산에서 이룬 업적은 훌륭한 것이었다. 비록 본인은 계약상의 이견으로 전소속구단인 울산 포항등과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을지 모르나 팬들의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

세째로,

도저히 언급하지 않을수 없는것이...98년 플레이오프의 그 사건이다.

개인적으로도 악몽으로 남아있는 헤딩골 사건...

그날 난 흥분하여 스탠드로 뛰어내렸다가 안경이 부러져 울산에서 대구까지 가는데 상당히 애를먹었다. 넌센스같은 그런일이, 해외토픽에서나 보고 낄낄거려야할 그런일이 내눈앞에서 일어나다니... 그 비수를 우리 스틸러스의 가슴에 꽂은 사람이 바로 김병지이다. 그 골을 넣고 고재욱 감독에게로 달려가던 그모습이란...

그도 그의 입으로 말했다. 포항팬들이 용서를 해주실까 걱정했다고... 팬들은 우리편이 된 이상 용서했을지 모르나 그중 한명인 나는 영원히 용서하지 않았다. 그가 있었던 5년내내 그에게 서먹함을 느꼈던 것은 바로 그날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의 마침표를 찍은 2004년 챔피언 결정전 승부차기의 그 황당함. 그가 키커로 나선 이유는 있겠지만 사실 경기장 분위기는 포항의 다섯번째 키커가 나오는 순간 끝나버린 것이었다.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나에게 또 일어나다니... 역시 그 주인공은 김병지였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근몇년새 가장 우승에 가까이 갔었던 두번을 망쳐버린 사람이 두번다 김병지라니...

김병지의 서울이적이 확정된후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관중많은 팀에서 뛰길 원했고, 서울이 우승할수 있는 전력인거 같아서 좋다고...이한마디가 말해준다. 그는 레전드급이 아님을...

포항스틸러스의 자부심은 바로, 영원한 명문, 전국구팬을 보유한 인기팀이란 것인데... 더구나 부도덕한 상거래로 뺏아간 박주영으로 관중모으는 팀으로 간 선수가 말하는것 하고는....ㅉㅉ 누구 복장 터트릴일 있나...이 한마디가 그가 가진 우리클럽에 대한 애정을 말해준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는 될지 몰라도 스틸러스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닌것이다. 어쩌면 상암에서 3골먹을때도 그는 상대팀을 부러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쨋건 김병지의 이적으로 나는 속이 후련하다. 그동안 늘 안타까웠던 정성룡 신화용의 플레이를 기대하는 재미가 생기게 되었고, 볼때마다 서먹했던 김병지를 향해 슛을 날리던 예전의 통쾌함을 다시 맛볼수 있게 되었다. 벌써부터 올시즌의 서울전이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동국이가 해트트릭을 할 차례.

아, 이제야 속이 좀 후련하다. 지난 5년동안 우리편 욕 못해서 어찌나 답답했던지..

-빅조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