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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ylor Swift 'Speak Now' World Tour in Seoul


지난 금요일 오후 3시에 땡땡이 치고 나와서 서울로 차를 달려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 테일러 스위프트 내한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여유있게 오전만 근무하고 나올 예정이었는데, 월요일이 검열이라 할일이 좀 많아서 나름 눈치보고 도망왔습니다. 저는 차만 3시간 몰아서 갔는데, 가까운 도곡동에 근무하는 친구가 공연을 10분남기고 도착하는 바람에 밖에서 좀 떨었습니다. 이 친구는 예전 스무살때도 겨울 새벽에 같이 도서관 가기로 해놓고, 자기집 개가 안놔주더라며 나를 밖에서 한시간 떨게 한 전과가 있는 친굽니다. ^^ 

그리고 공연장 앞에서 다른 암표 장사 아저씨들 몇명이랑 진행요원에게 집중 감시를 받았습니다. 암표장사 아저씨는 저놈은 뭐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진행요원은 아저씨랑 일행이려니 하는 표정으로 감시하고.......^^

몇년전 언젠가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페이스 힐이나 캐리 언더우드같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연관된 장르의 가수로 소개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동명의 데뷰앨범을 듣게 되었는데, 저의 짧은 영어로도 귀에 쏙 쏙 들어오는 아름다운 가사의 'Tim McGraw'라는 노래를 듣고 단번에 매료되었고, 어리고 이쁜 아가씨가 직접 아름다운 가사와 작곡까지 한다는 걸 알고 팬이 되었습니다. (노래 제목인 Tim McGraw는 알다시피 유명한 컨트리 가수이자 위에 언급된 페이스 힐의 남편이지여)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의 1, 2, 3집 모두 나이든 남자가 듣기에는 거시기한 연애담밖에 없지만, 직접 모든 노래와 가사를 만들고, 20살을 전후한 소녀의 관심사에 국한된 주제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돌'스타 중 한명이라고 본다면, 분명 아이돌 스타의 가장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데뷰앨범이 가장 어쿠스틱하고 그나마 약간 컨트리스러운 반면에 2집, 3집으로 갈수록 점점 팝스타가 되어가는 모습에 좀 실망하기도 했는데요, 반면 앨범의 완성도는 뒤로 갈수록 나아집니다. 두번째 앨범인 Fearless 로 작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단 두장의 앨범만으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죠. 

그리고 몇개월전 드디어 대망의 세번째 앨범 Speak Now가 나왔고,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6주간 1위를 차지하고, 무엇보다 수록된 14곡 전곡이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 오르는 기염을 차지했습니다. 100곡중에 14곡.... 앨범의 대 성공을 발판으로 월드투어를 진행하게 되고 그 두번째 공연지가 바로 서울이었죠. 이름하여 국내 내한 공연 역사상 현역 No. 1 스타의 월드투어는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는 공연이었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지도가 낮아서 큰 화제가 된 공연이 되지는 못했지만, 성공적인 공연이었고, 테일러도 최선을 다하는 공연이었고, 팬들도 즐겁게 즐길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테일러의 입장에서 보면 약간 굴욕스런 분위기가 아닌가 합니다. 공항 마비 정도는 기본적으로 되어야 하는데...^^

솔직히 저는 데뷰당시의 웨스턴 부츠 신고, 통기타 하나 메고 팀 맥그로우를 부르던, 그런 테일러 스위프트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점점 팝스타가 되어 버려서,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공연도 팝과 록을 아우르는 대단한 무대를 선보였지만, 뭔가 허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와이프랑 가기로 약속했는데, 도저히 아기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을수 없다며, 못가겠다기에 혼가가기도 뭐해서 친구랑 둘이서 보았는데, 나이도 적지않은 두 아저씨가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관람하고 있는것도 남들이 보기에는 별로 편안해 보이지는 않았을듯 하네여..ㅎㅎ 

Sparks Fly의 경쾌한 전주가 시작되며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는데요, 바로 Mine이 이어지며 경쾌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마지막에 손으로 하트를 날려주기도 하고요.

요렇게 (요건 싱가폴 공연사진, 테일러 공식웹 불펌)


이어 테일러의 간단한 오프닝 멘트와 함께 다시 Story of us로 분위기를 순식간에 절정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음에 3집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있는 Back to December를 스테이지 중앙에 마련된 피아노를 치며 부르려고 했는데, 불행히도 피아노가 소리가 나지 않는 돌발 사태로 인해 (하지만 자연스러운 매너로) 키보드로 자리를 옮겨서 연주하며 불렀습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인 전 연인이었던 테일러 로트너와의 추억을 담은 노래로 알려져 있는 Back to December 후반부에 You're not sorry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애절함을 더해 주었지요. 이어지는 Better than revenge 에서는 록커의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특히 마지막의 두 기타리스트들의 트윈기타는 정말 멋진 장면중 하나였습니다. 두명이 열심히 번갈아 가면서 기타치는 사이 테일러 스위프트는 푸른색 드레스로 갈아입고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고 생각하는 테일러만의 어쿠스틱 공연이 이어졌죠.

이번 월드투어의 타이틀이기도 한 Speak now를 부르며 보디가드에 둘러싸여 관객으로 빽빽한 플로어를 가로질러 2층 객석 중간에 마련된 간이 무대로 자리를 옮기는 동안 장내는 그야말로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고, 간이무대에 홀로 앉아있는 테일러를 중심으로 관객들이 둘러싸며 자리가 재배치되는 진풍경도 있었습니다. 

우켈렐레를  퉁기며, Fearless를 부르는 그 장면이 공연 최고의 순간이 아니었나 합니다. 중간에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를 잠깐 섞어 불렀는데, 그때 갑자기 관객들의 떼창이 울려퍼지는 좀 민망한 (^^) 순간도 있었습니다. 이어 기타를 메고 Fifteen을 부르고 신나는 You belong with me를 불렀는데, 히트곡 답게 관객들이 모두 따라 부르고, 테일러 스위프트가 약간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대형 화면에 클로즈업 됩니다. 약간 짜여진 연출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대단한 순간이었죠.



그리고 스테이지로 돌아와서 이어진 무대는 Dear John과 Enchanted 였는데요, 무대뒤 대형 화면의 몽환적인 연출과 테일러의 화려한 자태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무대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곡인 Long Live를 부르고 밴드 멤버를 소개하고 잠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앵콜이라고 할 수 있는 Love Story를 부르고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에는 테일러의 유명한 반짝이 기타를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좀 공연이 짧았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어느 공연이나 마지막 멤버들 소개할때가 가장 감동스러운 편인데요, 이번에도 평소 흥겹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Long Live가 약간 뭉클하게 들리기도 하더군요, ㅎㅎ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에는 이례적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았다고 하는데요, 제가 보기에도 엄청난 외국인이 온 것 같습니다. 주한미군에서도 티켓 프로모션이 있었고요, 자녀들을 데리고온 가장들도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역시 미국에서 10대 소녀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나 미국 여자 아이들이 많은지...^^

공연은 비교적 성공적이었지만,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아티스트의 현재 위치를 고려하면 다소 싱거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어서 다음 월드 투어에도 한국에 올지 모르겠지만 꼭 다시 와서 1집 노래 좀 실컷 불러주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에서도 조만간에 톱스타의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욘세와 레이디가가와 함께 팝시장을 지배하는 No.1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 언론 노출도 없는 편인데, 이분이 요즘은 가쉽도 곧잘 만들어 내는 편이라 시간문제라 생각됩니다.

유튜브에 보니 용케 공연에서 동영상을 촬영하신 분들이 많더군요. 덕분에 공연 느낌 다시 느낄수있어서 좋은것 같네요. 공연의 엔딩곡이었다고 할 수 있는 Long Live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