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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리더십


90분 리더십, 원제는 'The 90-minute manage'이다.

마침 '다빈치 코드'가 개봉하는 시점이라 그런지 댄 브라운의 전작 '디셉션 포인트'가 출간되었는데, 그 '디셉션 포인트'와 함께, 남아있는 교보문고 마일리지로 주문한 책이 어제 왔다.

일단 솔직히 경영학과 축구 모두에 일가견이 있다는 두분의 저자보다 이 책의 한국판 번역을 하신 두분에게 더 관심이 간다. 바로 대한민국 붉은 악마의 원조 대빵이신 신인철님, 그리고 전문 족쟁이가 되신 차영일님이시다. 축구팬이라면 이름정도는 들어봤을 법한 두분이다. 그래서 관심이 더 가는 책이다.

사실 나는 축구가 과연 완벽한 회사경영의 모델이 되는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축구감독들의 일과, 그들의 고민, 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더 궁금했을 뿐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책은 지금껏 출간된 어느 책보다도 거기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준다. 내용자체도 무척이나 흥미로와서 축구팬이라면 단숨에 읽게되는 그런 책이다. 한번쯤 더 읽어보아도 될 법한 책인데, 일단 받자마자 후다닥 읽고난 책의 소감은 이렇다.

우리가 감독이라는 직업, 그리고 감독이라는 직함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된 계기는 역시 2002년 월드컵, 거스 히딩크라는 제대로된 모델을 만나고 나서부터이다. 우리는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선진 축구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책에는 히딩크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지만, 영국의 많은 명장들의 실례를 읽고 있자면, 놀라울 정도로 우리가 겪은 히딩크 감독과 일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히딩크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처음으로 감독이라는 자리가 전술가가 아닌 경영인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고, 포메이션이니 하는것은 한낮 숫자놀음이라는 것도 가르쳐 주었고, 개인적인 친분이 아닌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그를 지원하는 스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고, 무엇보다 감독의 가장 큰 임무는 전술강의가 아니라 선수들의 성취동기를 자극하고 최대의 사기를 이끌어 내어 경기에 자신들이 가진 잠재력을 모두 소비할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다. 그동안 많은 히딩크 경영론에 대한 책이 나왔지만 오히려 이책이야말로 그 해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책의 내용은 사실 그렇게 새롭지는 않다. 다만 그동안 약간은 막연하고 두서없이 느끼고 머리속에 쌓아왔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주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책으로 인해 새로이, 아니 구체적으로 확신하게 된 점은 많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음에도 왜 우리는 본프레레에게 실패한 감독이라는 멍에를 씌우는 것인지,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이후 팀이 강해진 것은 과연 아드보카트감독의 공인지, 아니면 전임감독의 공인지. 왜 성남의 김학범, 인천의 장외룡이 훌륭한 감독인지, 왜 감독 차범근, 이장수에게는 별 기대할 것이 없는지,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반니스텔루이 사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은 어떤 사람인지, (이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이다) 맨유에서의  박지성의 미래는 왜 밝은지,

무엇보다 포항 파리아스감독에게 왜 기대를 해도 좋은지, 그가 왜 훌륭한 감독인지, 최태욱은 우수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왜 벤치를 달구고 있는지 등등,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이책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다.

한편으로 씁쓸한 것은 김학범, 장외룡같은 훌륭한 감독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우리 축구의 지도자에 대한 인식 수준이 유럽과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책이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축구팬들에게도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덧붙여 신문선씨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맨날 포메이션 숫자놀이만 하지말고,

우리 포항의 코치이신 박태하 형님께도 꼭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