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기 연속으로 티비로 보게되었습니다.
인천이 워낙에 멀어서 갈 수 없었고, 집앞인 가까운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대구 FC 와 FC 서울의 경기나 보러 가려고 했지만, 오후 4시부터 오사카조홀에서 벌어진 K-1 월드 그랑프리 개막전을 보느라 오늘 하루는 축구 포기하고 K-1 경기 시청후 밤 10시에 녹화중계로 포항경기를 보았습니다.
정말로 아쉬운 경기입니다.
포항은 인천같은 팀에게 정말 약한 모습을 늘 보입니다. 뭔가 화려한 것은 없어도 끈끈하고 투쟁심있는 팀을 만나면 쥐약이죠. 인천과 대구 두 시민구단이 포항에게 강한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를것이라 생각했는데요, 그 이유는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기 때문이죠. 매번 하는 말이지만 요즘 우리팀 팀플레이가 장난이 아닙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간결한 볼터치로 숏패스를 주고 받으며 순식간에 상대 골문전까지 가는 일이 허다할 정도입니다. 박원재, 황진성, 황지수, 오범석같은 젊은 미드필더들의 호흡과 기량성장이 대단합니다.
이번 경기는 특이하게도 외국인 선수를 선발명단에서 전원 제외하였더군요. 프론티니 선수는 경고누적으로 제외되었고, 그동안 팀의 중심역할을 했던 따바레즈와 공격의 첨병 엔리끼의 선발제외는 의외입니다. 따바레즈는 후반 동점상황에서 분위기 전환용으로 출전했는데 엔리끼는 결국 출장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진 않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즐거운 현상입니다.
더이상 따바레즈가 팀플레이의 중심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고, 고기구의 역할에 무게를 실어준듯 보입니다. 두선수의 기량은 출중하지만 둘이서만 주고받으려는 플레이도 많죠. 아마 파리아스 감독이 나머지 젊은 한국선수들의 팀플레이와 기량을 신뢰하게 된 듯이 보입니다.
전반전은 그야말로 멋진 플레이로 인천을 압도하였습니다. 전반 종반에 좀 밀리기도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전반에는 멋진 팀플레이로 정말 깔끔한 플레이로 인천을 압도했죠. 눈이 즐거울 정도로 말이죠. 특히 첫골은 이제껏 제가 본 올시즌 최고의 작품입니다. 멋진 패스를 받은 황지수의 믿을수 없는 월드컵 수준의 크로스를 고기구의 확실한 마무리로 이어졌지요. 고기구에게 이제는 이동국의 면모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저번 성남전의 발리슛에 이어 이동국의 플레이에 전혀 뒤지지 않는 문전앞 마무리를 보여주네요.
문제는 바로 후반입니다.
인천은 실력으로 힘들다는것을 느끼는듯 선수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하면서 경기를 거칠게 몰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지켜본 느낌으로는 우리 포항 선수들이 전투태세에 무지하게 약하거든요. 인천은 늘 하던대로 거친 경기를 유도하여 우리팀의 패이스를 흐트러뜨리고 결국 자책골을 유도해내고 동점골을 챙겨버리더군요.
K-리그라는 특성상 우리가 우승팀이 되려면 이런 전투축구를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K-리그는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면 거의 전투태세에 돌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 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아직도 그렇습니다.
수원 삼성이 창단한 원년이던가요.
수원은 훌륭한 성적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지만 울산의 전투축구에 힘못쓰고 우승컵을 내주었습니다. 경험이 적어 그런것인데요. 그런 순둥이 팀 수원도 지금은 오히려 더한 팀이 되었죠. 하지만 포항은 아직도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95년 성남과 (일화) 3차전까지 가는 난타전을 벌였지만, 당시 라데라는 싸움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좀더 지독하고 좀 더 배짱좋은 일화에 우승컵을 빼았겼죠.
다행인 점은 자책골의 주인공이 조성환이라는 것입니다.
조성환은 우리팀에서 가장 승부욕과 투쟁심이 강한 선수인데, 이선수는 여기에 기죽지 않고 오히려 다음 인천전을 더 벼르고 별러서 되갚아줄 선수거든요.
저는 후기리그와 이번 플레이오프전을 낙관적으로 봅니다.
우리 포항이 현재 K-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국의 복귀야말로 화룡점정이 되겠죠. 게다가 엔리키와 따바레즈도 선발이든 교체든 제몫을 확실히 할 선수이고, 거기다 최태욱이라는 멀티 플레이어에다 현재 슈퍼 서브급인 선수도 있고,
수원과의 맞대결이 후기 우승의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