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부터 가슴이 좀 쓰라립니다.
반가운 두분, 허정무 감독님과 황선홍 코치가 상대팀으로 나옵니다.
허정무 감독님은 이회택감독의 뒤를 이어 90년대 중반까지의 포항의 황금기의 마지막을 이끌었던 감독님이십니다. 비록 95년의 챔피언 결정전 패배로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많은 분들이 허정무 감독님을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라데, 황선홍, 홍명보, 박태하등 90년대의 전설들과 함께 하신 감독님이기 때문입니다. 독립법인으로서의 포항 스틸러스의 초대 감독이시기도 하고요. 선수생활은 울산 현대에서 하셨지만 역시 정서적으로 포항맨에 가까우신 분이라고 봅니다. 한국 최초로 선수, 트레이너, 코치로 월드컵에 참가도 하셨죠. 엘리트 수업받은 지도자이시기고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해설하시는 허정무감독님을 젤 좋아합니다.
허정무 감독님께서 포항감독으로서나 대표팀 감독으로서나 가장 총애했던 후배이자 제자가 바로 황선홍 코치입니다. 대한민국 지도자치고 안그러셨던 분이 없긴 합니다만, 전남에까지 선수로, 코치로 끝까지 데리고 가시는것을 보면 그 애정이 어느정도인지 짐작갑니다. 왜 하필 이분들이 전남이냐하면 가슴이 아픕니다만, 축구팬으로서 받아들여야할 고통이 아닌가 합니다.
허정무, 황선홍 - 파리아스, 박태하
한국을 대표하는 허정무 감독과 브라질 올해의 감독출신의 파리아스,
그리고 양팀의 코치들은 90년대 동시대의 포항 스틸러스 레전드로 일컬어지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입니다. 서로를 자신만큼이나 잘 알겠죠.
일단 이정도 놓고 보면 경기가 뭐 잔치판입니다.
전남은 사실 저에게 형제팀이라기보다 니가 죽어야 내가 사는 팀입니다. 결정적인 길목에서 고추가루 뿌린것이 한두번도 아니고, 같은 스폰서라고 좋을것도 없습니다. 어영부영 빼앗긴 인재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이회택감독 한마디에 냅다옮긴 수제자 최문식선수가 생각나네요. 황선홍 선수도 그렇고요. 공교롭게 전남이 생기면서부터 포항이 재정적으로 약간 쪼달리는 팀이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그야말로 지금의 수원같은 부자팀으로 소문났었는데 말이죠.
전반전에 황재원(으로 기억합니다만..)의 어이없는 실수로 산드로C에게 한골 주었는데, 저는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전남이 원래 뒷심이 무지 약하거든요.
결국 박원재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전내내 우리 패이스로 끌고가다 황진성의 그림같은 프리킥이 작렬하여 기분좋은 역전승으로 후기리그 4위까지 치고 올라갔고, 통합승점에서도 3점차로 2위를 유지하고 선수 성남과는 9점차로 약간 좁아졌습니다. 우리도 지난시즌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막판 대 추격전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경기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사실 우리팀이 냉정하게 얘기해서 우승 전력은 아니지요.
그런데 밀려날듯 밀려날듯 하면서도 선두권에서 절대 밀려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성남같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뭔가 2% 부족하기도 한것 같고 그렇습니다.
우선 희망적인 사실이 젊은 팀이라는 것이고요 (감독까지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박원재의 성장은 대단합니다. 포항의 박지성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전기리그 후반부터 박원재의 움직임이 폭넓어지고 스피드가 굉장해 졌습니다.
K-리그를 대표할만할 수준의 중앙미드필더 한명만 있으면 우승전력 완성될듯 합니다. 김기동이 아직 훌륭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예전 부천있을때 수준은 아니죠. 김기동을 넘어설 한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멀티 오범석을 여기에 한번 키워보는것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오범석 은근히 김남일같은 터프함 있습니다.
정말 몇번이나 얘기하는 것이지만, 작년 올해 만큼 포항경기가 재미있었던 적은 95년 98년 시즌이후 첨인것 같습니다.
파리아스 만세.
-빅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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