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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5 round 포항 스틸러스 vs 광주 상무 불사조

오늘이 포항 시민 화합의 날이라며 많은 이벤트를 준비했었습니다.
먼저 경기장 입구부터 사장님과 지역 정치인들로 보이는 몇분들이 어울리지 않는 머플러를 목에 걸치고 인사를 하고 있었고, 잘 알다시피 초등생 무료, 시즌권 소지자는 에스코트 3인까지 가능, 그리고 일반티켓도 50% 할인했다고 합니다. 저는 와이프님과 친척 조카아이 데리고 시즌권 하나로 입장게이트 통과...

공들인 만큼 사람들은 많이 왔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자꾸 2만넘는다고 하는데, 포항에 2만명 차면 훨씬 더 복잡하죠. 저의 오랜 경험으로 판단컨데 대략 1만 5천여관중이 오신거 같더군요. 아무래도 초등생들이 무료기때문에 어린이 관중이 많았고, 왠지 시내 호프집이나 극장에 있어야 할것 같은 젊은 친구들도 친구들끼리 혹은 쌍쌍으로 많이 왔더군요.

전기리그때도 했던것 같은데, 경기시작하기전 유스팀 (18세, 15세, 12세) 선수단과 어린이 축구교실 (보급반) 선수들이 우루루 입장하여 경기장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무슨 올림픽 입장식 처럼 말이죠. 보급반까지 하니 인원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와이프님 말로는 아마 저아이들 부모님까지 다 오셨을 테니 여기 관중 3분의 1이 결국 팀과 직간접적으로 얽혀있을것이라고 하더군요. ^^

하프타임때는 밸리댄스 공연을 하였는데, 전반전 하는 내내 이 밸리댄스 공연 참가자들이 경기장 본부석 젤 위층 (유리창으로 된 방) 에서 옷갈아입는 것이 보이더군요. 아, 뭐 이상한 그림은 아니고 그냥 준비하는 거요..^^

경기는 일진일퇴 공방끝에 포항이 2-1로 이겼습니다.
따바레즈의 프리킥때 핸들링 파울로 인한 페널티킥으로 한방, 이후 고기구의 헤딩으로 한방, 여유있게 앞서나가나 했는데, 결국 정경호의 프리킥에 한방 먹고 손에 땀을 쥐다 이겼습니다.

먼저 상무의 조직력이 좋아졌고, 정경호가 들어온 이후 눈에띄게 플레이가 살아나더군요. 포항은 만원관중이 무색하게 약간은 무기력한 경기를 했는데, 운도 좀 따라주었고 파리아스 감독이 후기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안정적인 경기운용을 하겠다고 한만큼 역시 후반 리드상황에서 고기구를 빼고 오승범을 투입, 승리를 굳혔습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장내아나운서 배동성입니다.
이분은 이름이 꽤 알려진 코미디언이지요. 오늘 돈 좀 쓴 만큼 장내아나운서도 연예인으로 불러왔나 싶었습니다. 경기전부터 이러쿵 저러쿵 하는것은 좋다 이거지요. 그동안 포항 스틸야드의 장내 아나운서를 봤던 여성분과도 호흡을 맞추며 뭐라뭐라 많이 떠들더군요.

근데 다 좋은데 경기시작후에 자기가 축구 중계방송은 왜 하나 이겁니다. ㅎㅎ
저는 대구 월드컵 경기장 근처 살아서 대구경기도 자주 가는 편인데, 방우정씨의 유머중계도 참 좋아합니다. 이분의 유머중계는 라디오 중계기때문에 라디오로만 들을수 있죠. 한블럭 정도가 '유머중계 청취구역'이라고 해서 스피커로 들을수 있습니다. 듣기싫으면 거기만 안가면 되죠.

경기 사작했는데도 한동안을 분위기 띄운답시고 혼자 중계를 하더니, 반응이 신통찮은지 아니면 누가 주의를 주었는지 하지 않더군요. 이때부터 저는 축구에 좀 집중이 되었습니다.

관중이 많이 오는 것도 좋지만 저는 아무래도 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이더군요.
사람들이 별반 축구에 관심없어 보이는데다, 대다수가 공짜관객이니 관중동원에 성공한것이라고 말할수도 없겠고요. 더구나 경기 후반 2-1, 언제 경기가 뒤집어 질지 모르는 박진감 넘치는 상황에서 줄서서 집에 가는 사람들은 뭐랍니까. 저야 사람들이 미리 많이 나가면 나갈때 차가 덜막히니 나쁘지 않지만 보기에는 좀 그렇더라구요. 선수들도 힘빠질테고,

오랜만에 경기장에 가서 속은 시원하게 보았는데, 영 찝찝한 것이, 앞으로도 남은시즌은 공짜 마케팅으로 간다는 것이고요. 경기후에 배동성씨께서 '저는 그럼 다음경기때 뵙겠습니다'하는 말도 영 찝찝하고요. (전속인가? ^^)

공짜마케팅은 두가지를 노린것이겠지요.
일단 남들보기에 올시즌 포항은 관중동원에 실패했다는 말은 안들을려는 것이겠고요, 또 하나는 후기리그에는 관중 한명이라도 더 모아서 포항우승에 기여하겠다는 뜻이겠지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김현식 사장님께서 일관성있게, 그리고 뚝심있게 밀고나가신 관중수 거품없애기, 정가내고 축구보기 같은 참신한 노력이 현실에 한풀 고개를 숙인것 같아 아쉽습니다.

다음 경기는 9월 9일 토요일 전남전, 전 포항감독 허정무 감독, 그리고 전 포항 선수 황선홍 코치...

-빅조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