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Socio) !
협력자라는 뜻의 이 단어는 축구클럽의 주주개념의 연간회원을 뜻한다. 이 소시오들은 단순히 팀의 응원을 넘어 팀의 공동운명체로서 실제 팀을 공동소유하는 개념의 참여자이자, 응원단을 말한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구장을 가득채운 바르셀로나의 소시오가 가장 잘 알려진 소시오의 대명사격인 셈이다.
내 꿈은 포항 스틸러스의 소시오이다.
내꿈은 언젠가 포항으로 발령받아 포항에 살며 포항스틸러스 소시오가 되어 내 분신과도 같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 서포터(관전자)로 경기를 즐기며 소시오로서 포항 스틸러스에 미약한 소리지만 내 의견을 건의하고 포항 스틸러스의 CEO를 선출하는 투표권을 내 손으로 행사하는 진정한 의미의 포항 스틸러스 소시오가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의 소시오는 없다. 시민주주, 연간회원등 비슷한 개념의 여러가지 형태들이 있지만 정작 결국은 서포터즈만이 될 뿐 진정한 의미의 참여하는 소시오는 없다. 모구단이 소시오라는 이름의 연간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말그대로 연간입장권일 뿐이다.
포항 스틸러스에는 여러종류의 연간회원권이 있다.
120,000원에 레플리카와 스카프, 그리고 시즌 홈경기를 입장할 수 있는 시즌카드를 주는 연간회원권이 있고, 500,000원에 1년동안 VIP석에 지정석을 받고 역시 레플리카와 스카프를 받는 특별후원 연간권이 있다. 일종의 후원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역시도 구단에 대한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일종의 시민주주와 비슷한 개념이다. 너무 사랑하기에 조건없는 약간의 금액 후원, 그것일 뿐이다. 일반 시즌권과 다른점은 좌석의 등급과 후원자라는 약간은 특별하게 포장된 감사의 표시.
말도많고 탈도많은 CEO의 새로운 혁신 경영이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측면을 보려고 한다.
1. 시즌카드 도입
그동안 포항 스틸러스의 시즌카드는 상당히 조잡한 형태의 시즌권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시즌권이라고 할 수도 없는 티켓 묶음일 뿐이었다. 10장 단위의 티켓을 할인된 가격에 사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패키지 할인권이다. 이 유효기간이 한시즌이라서 이것을 시즌권이라고 우긴다면 난감하다. 그러나 별다른 시즌권 개념이 없던 스틸러스에서는 이것이 시즌권으로 통용되어 왔다. 하지만 난 그동안 이것을 한번도 구입한 적이 없다. 내생각에는 이것은 할인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시즌부터 본격적인 시즌권이 생겼다. 물론 바르셀로나 소시오처럼 연회비가 있는 것도 아니요, 소시오의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년동안 경기장을 드나들수 있는 프리패스인 셈이다. 경기당 본인입장. 기존의 패키지가 10장을 한번에 써도, 10번으로 나누어 써도 상관없던 것에 비하면 중요한 의미가 생긴 셈이다. 이 개념은 중요하다. 중요한 경기가 있을시 연간회원으로서의 입장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에 이정도 사건은 벌어질 일이 당분간 없겠지만,
하지만 아직도 그 '할인권'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이것이 가족단위의 관람이나 선물용으로는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포항 스틸러스의 새로운 시즌카드를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나는 대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커플권, 가족권 등이 그것이다. 물론 약간 할인되어도 상관없다. 패키지 티켓이야말로 축구를 싸구려로 만드는 주범이다. 이것들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팬들도 있지만 반면에 이것은 각처에서 굴러다니는 공짜표역할도 한다. 본인용의 시즌카드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소시오는 아닐지라도,
스틸러스의 시즌카드는 비싼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물론 이말은 우리나라 다른 구단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2. 저가 마케팅
저가마케팅의 시작은 인천유나이티드이다. 공짜관중 논란을 일으키며 관중확장에 전념한 결과 대규모 관중유치라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바람직한 마케팅인가 제무덤파기인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수원삼성의 3만원짜리 N석 시즌권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년 박주영영입으로 인해 관중대박을 터트린 '재계라이벌 (축구라이벌아님)' 구단 FC 서울에 대항하여 관중증대를 지상과제로 삼아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짜마케팅을 약간은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의 찬반 또한 진행형이다.
10년전 서포터즈가 처음 생길무렵에는 이 저가 마케팅에 대한 비판논리가 대부분이었다. 축구가 싸구려 공짜 구경거리냐는 것이었다. 소위 뮤지컬 한편도 젤 싼것이 최소 3만원이상이다. 영화한편도 7,8 천원인데 축구 한경기에 몇천원 혹은 만원정도가 비싸다면 말이 되느냐는 논리다. 솔직히 그가격이 비싸다고 하면 축구보기 싫은것 아니냐는 이야기인데, 당시의 팬들이 헤비한 마니아층이 많아서 이 논리는 당연히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축구는 언제나 재생할 수 있는 영화도 아니요, 공연자들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라이브 쇼' 아니던가.
세대가 바뀌고 청소년 팬들의 불만으로부터 이 가격 논쟁이 시작된다. 그리고 가족단위의 팬이 생기면서부터 이 불만은 설득력을 많이 얻게 된것같다.
많은 관중이 먼저냐, 정상적인 가격이 먼저냐하는 것은 아직까지 논쟁중이다. 프로축구가 뿌리깊은 일상이 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저가 마케팅으로 인한 관중유치가 꽤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비판적인 마니아층은 있을지라도 리그데이 경기장관람의 생활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도해봄직한 방법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포항스틸러스가 시도하고 있는 정상가 마케팅의 가치도 충분하다. 수많은 논쟁과 찬반, 여러 문헌, 외국의 실례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내생각은 현재의 한국프로축구는 여러 방법들이 시도되어지고 있는 과도기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인천이나 수원의 저가마케팅의 결과도 아직 모르고, 포항의 정상가 마케팅의 결과도 우리는 모른다. 쉽게말해 거품이 모였다 걷히는일이 반복되는 동안 남게되는 진정한 팬의 증가속도와 저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 걸리는 시간이 더해져 정상가 팬이 경기장을 가득채우는 시기, 그리고 정상가 마케팅을 유지하되 축구자체의 매력, 다른 방향의 마케팅으로 팬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어느쪽이 먼저 최종목표에 먼저 도달하는가. 결국 목표는 동일한 방법론의 차이인데 둘다 시도되어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포항 스틸러스는 후자다. 물론 지지와 비판이 공존할 것이다. 내가 스틸러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정도와 선도'의 클럽이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정공법을 택해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관중수익이 엄연히 클럽재정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3. 연고이전
연고이전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연고이전 걱정을 없애는 방법은 바로 모두가 '소시오'가 되는 것이다. 소시오가 클럽을 이끌어간다면 연고이전은 달나라 외계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팬들의 최종 목표는 스스로가 소시오가 되어야 한다는 것, 혹은 소시오가 되기를 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클럽의 경영에 참여, 개인의 소리는 작지만 모이면 큰 소리가 된다.
현재 스틸러스 구단의 목표는 후원사 증대인듯하다. 물론 지역 기업이 대상이다. 긍정적인 모습이다. 아직 개인 소시오는 아닐지라도 지역 후원사의 힘으로 클럽이 유지된다해도 연고이전은 사전속에 없는 단어가 될 것이다. 축구팬들의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이 모기업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클럽이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포항팬들 상당수가 후원사 증대, 재정자립도 증가를 위한 클럽의 약간은 공격적인 정책들을 비판한다. 일반팬 후원사를 위한 패키지 티켓을 없애고 시즌카드를 도입한것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연고광역화의 시도도 포항시의 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광역시급의 대도시에도 그정도 기업을 모으기가 쉽지않은 기형적 지방산업화 국가이다. 따라서 포항의 시도는 연고를 인근지역으로 넓혀 후원기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것도 물론 찬성이지만 여기는 홈구장이 옮겨지거나 유랑화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아야한다.
결론은 클럽의 목표는 지역 후원사와 연간회원으로 자립운영되는 클럽이 되는것이다. 이것이 현 CEO의 목표이기도 하다. 방법론에 있어 팬과 구단간에 오해가 있다. 하지만 난 긍정적이라 본다. 기업구단의 경연장인 K-리그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모기업에서 벗어나 자력으로 시민구단화 하는것. 저가 마케팅과 지역의 후진세력에 굴하지 않고 정도를 지키는것. 개인은 이유없이 미워도 팬들은 같은 지향점이 있음을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
긍정적인 정책들을 지지함과 동시에 자립의 틀이 갖추어질 무렵에는 말뿐인 회원이 아닌 진정한 소시오로서의 참여권을 요구해야 할것이다. 이것이 우리 스틸러스 팬들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소한 문장 몇개로 감정싸움할 것이 아니라 머리속에 든 틀을 정확하게 보고 비판과 격려를 동시에 해야한다. 적어도 현 CEO님의 머릿속에는 그냥 대충 굴러가는 의미없는 기업 홍보구단이 아닌 진정한 자립형 시민구단이 들어있는것은 확실해 보인다.
[bigjo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