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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월드 그랑프리 in 서울 2006

빅조크 2006. 6. 4. 22:00
작년에 이어 올해도 K-1 서울대회를 보러 갔습니다.

작년에는 친구랑 아침일찍 가서 레이 세포 선수 사인도 받고 그랬는데, 올해는 와이프 데리고 갔습니다. 와이프도 싸움구경 무지좋아하는 사람이고, 격투기 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피터 아츠와 루스란 카라에프 선수를 좋아하는데 이 두선수가 모두 서울대회에 참가를 했고, 피터아츠 선수는 일본의 호리 히라쿠 선수를 멋진 하이킥으로 쓰러뜨린 반면 '러시아의 신성' 루슬란 카라에프 선수는 '뉴질랜드의 흑표범' 레이세포 선수의 주먹에 실신하였습니다. T.T

세계적으로 유명한 격투기 이벤트답게 볼거리 풍성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인해 볼만한 대회였습니다. 작년의 어이없는 경기들 보다는 훨씬 나았죠. 먼길 마다않고 함께 가준 와이프 보기 안 미안할 정도로 멋진 경기가 많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경기장 앞에서 기념 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와이프는 반대편 올림픽 공원 잔디광장을 배경으로 한컷 찍었죠.


오늘 인상깊었던 경기는 단연 피터아츠의 경기였습니다.
허리를 다쳐 더이상 전율의 하이킥이 어렵다는 피터가 완전 전정기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입장 음악도 한동안 틀지않던 그때의 그음악. Misirlou를 들고 나왔습니다. 피터아츠의 상징이기도 한 체크무늬 벌목공 조끼와 모자를 쓴채 말이죠. 이 음악이 흐르며 뛰어들어오는 (늘 뛰죠) 그의 모습을 보니 지난해 엘비스의 My boy라는 음악을 틀고 조용히 입장하고 승리후 재기의 감격인지 울먹이던 그의 모습이 생각나기도하고 무척 흥분되더군요. 저뿐 아니라 경기장의 모든 K-1팬들이 피터를 외치며 환호하는 장관이 연출되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K-1 경기장에는 얼뜨기 팬들이 많아서 피터아츠가 등장하거나 경기할때도 돌아다니고 나가서 담배피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축구장에서 호나우두가 막 골넣고 그러는데 관심없는 상황이나 똑같죠. 이런사람 격투기 팬 아닙니다)

피터 아츠는 일본의 호리 히라쿠 (이놈도 못하는넘 아닌데, 불쌀하게도)를 시종 몰아 붙이다 상체가 왼쪽으로 기운틈을 타서 왼쪽 턱으로 전율의 하이킥을 작렬시켜 호리 히라쿠를 정면 무릎꿇은 자세로 기절시켜 버렸습니다. 완벽한 부활에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 와이프랑 저도 간만에 소리한번 시원하게 질러보았습니다. 이 경기만으로 완전 본전뽑았죠.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경기는 오프닝 매치로 치러졌던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박용수의 데뷔전이었죠. 일본의 리키죠라는 선수랑 붙었는데, 2미터의 키와 화려한 발차기를 앞세운 박용수의 통쾌한 KO승이었습니다. 태권도가 격투기에 적합한가 아닌가의 논쟁은 앞으로 이 박용수 선수에 의해 증명될 듯 합니다. 그리고 한국 킥복싱의 1인자 이면주가 오랜만에 리저브매치에서 통쾌한 KO승을 거두었습니다. 상대는 중국 무술을 한다는 중국 산타를 베이스로하는 리카이 선수였습니다.

이면주 선수는 한국최초의 종합 격투기 대회인 스피릿 MC 첫대회 챔피언입니다. 이대회는 내가 친구랑 장충체육간에 보러 갔기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대횐데 결승전 이은수 선수와 연장 3회를 넘기는 혈전끝에 기권 타월을 받아낸 이면주 선수가 우승했죠. 그래서 이면주 선수에 대한 감정이 좀 각별합니다. 리저브 매치에 이겼지만 아쉽게도 (?) 기권한 선수가 없어 정식경기는 하지 못했죠.

내년에도 이대회를 서울에서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중국에서 한다는 얘기도 있어서)
만약에 하게되면 와이프랑 다시한번 가야겠습니다. 이번에 너무 재미있었고, 와이프도 너무 좋아해서 참 즐거웠습니다. 몸은 당일로 대구에서 다녀오느라 피곤했지만요.

격투기 선수들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참 고독한 직업이고,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격투기 선수들을 좀더 존중하고 존경하는 눈으로 평가해주기를 바라는데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축구선수들 대하는 인식도 아직 요모양인데요. 뭘,

다시한번 피터 아츠 선수에게 축하드리고 나와 내와이프가 당신의 영원한 팬이라는 사실을 텔레파시로나마 보냅니다. 절대로 거스 히딩크씨와 같은나라 네덜란드 사람이라서 좋아하는거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