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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포항 스틸러스 100년사를 시작하며,

빅조크 2006. 5. 9. 21:00

유럽과 남미 축구의 화려한 역사를 들여다 보면 언제나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굳이 유럽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 있는 유럽 명문팀들의 팬클럽이나 그들의 홈페이지만 들여다 보아도 그 화려한 역사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글에서 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유벤투스, 리버풀같은 유럽의 전통의 명문팀들을 좋아하는 국내팬들조차 그들의 역사와 거쳐간 선수들을 줄줄히 외고 있습니다.

수많은 축구팬들과 축구사이트에서 유럽과 남미의 축구역사 클럽역사를 조명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축구의 역사나 자신이 지지하는 클럽과 그 지역의 축구가 성장해온 과정을 조명하는 것에는 소홀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분명 역사는 있고 현재의 클럽과 과거의 클럽이 연속적인 서로간의 '혈연적' 관계는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정서적으로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민의 지지를 받아왔다는 상징성은 늘 가지고 있어온것이 분명한데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야말로 프로축구의 지역연고주의에 어울리는 시도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가 처음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를 본것은 중학교 2학년때인 1987년 9월의 대구 시민 운동장에서 있었던 포항제철과 대우 로얄즈와의 경기였습니다만, 그 보다 훨씬 전인 1973년부터 포항제철 축구단은 전국체전에서 경상북도를 대표하며 존재했었고, 포항제철 축구단이 존재하기 이전부터도 현 포항 스틸러스 클럽의 근거지인 포항과 경북을 대표하는 축구단은 존재했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포항 축구에 영향을 미치거나 포항 축구의 근간이 되었던 지역축구의 역사는 그 명맥을 잃지않고 계속되어 왔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한국의 프로리그가 그 시작이 매끄렇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포항제철 축구단은 국내에서 가장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시작되었고, 성장해온 클럽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지역의 정치도구로서 이용된 부끄러운 역사도 있지만, 언제나 지역민에 대한 기업의 사회환원의 역할을 자처했었고, 80여년동안 대구의 주도하에 있었던 경북축구의 패권을 소도시 포항으로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포항 클럽의 역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합니다. 현 K-리그 팀중 가장 오래된 1973년 창단, 1973년 부터 1983년 슈퍼리그 개막전까지는 국가대표나 다름없을 정도의 화려한 진용을 자랑했었고, 1983년 한국최초의 프로리그를 표방한 슈퍼리그 초대 참가팀이며, 1986년 첫 우승후 우승 3차레, FA컵 초대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안 클럽 챔피언쉽 2연패, 거기에 한국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라고 일컫는 이회택-최순호-황선홍-이동국까지...

비단 경기력에 한정시키지 않더라도 우리의 자랑은 많습니다. 1990년 한국최초의 축구 전용구장 '스틸야드' 준공, 1995년 한국 프로축구단 최초의 독립법인, 2001년 한국 최초의 클럽하우스 준공 등등,  포항 스틸러스의 역사는 한국프로축구의 역사라고 해도될 정도로 그 걸어온 길이 화려합니다.

한 클럽의 역사가 끊기지 않고 100여년간 이어져온 유럽의 역사에 비교할때 기업축구팀인 K-리그 클럽들의 역사를 그 이전의 지역축구사와 연관시켜 이야기한다는 시도에는 논란이 있을수 있겠지만 몇몇 자료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시대상황으로 서로간의 단절은 있었지만, 적어도 경북지역에서 현 포항 스틸러스 클럽이나 그 이전의 클럽들 모두 똑같이 지역을 대표해왔다는 공통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굳이 프로리그의 지역연고제같은 것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미 그 이전, 100여년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클럽은 늘 있어왔습니다. 저는 포항 스틸러스가 현재 대표하고 있는 포항 경북 지역에서 스틸러스 이전에 정서적으로 이 지역을 대표해왔던 클럽들을 같은 물줄기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1984년 프로 선언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프로축구 클럽으로서의 화려한 역사도 연결하여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저의 글은 아주 작은, 수박 겉핡기 식의 게시물이 되겠지만, 이것을 계기로 더욱 더 많은 포항 팬들에 의해 여기에 살이 붙고, 더 좋은 이야기, 글들이 더해지고 고쳐져서 우리도 잊혀져버린 포항 스틸러스 이전의 이야기들을 자랑스런 역사로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포항팬들에게만은 스틸러스에 대한 지역 연고주의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북 축구의 효시이자 일본강점기 경북축구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대구 계성학교 축구부
사진 - 계성학교 총동창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