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으로 사라진 명문
한국 최초로 프로축구를 시작한 것은 1983년 슈퍼리그라는 이름의 프로, 실업 혼합리그가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참가한 다섯팀중 프로팀은 할렐루야와 유공코끼리, 단 두팀이었다. 그러나 할렐루야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실업으로 다시 전환하여 현재는 K2리그에 소속되어 있다. 그래서 현재 남아있는 프로팀중 '최초'의 자리는 유공 코끼리, 얼마전까지 부천 SK로 불리었던 팀이 가지고 있었다. 사실 포항만해도 포항제철 실업창단이 1973년 (블로그 제목을 보시라)이고 K2에는 이보다 더 오래된 팀들이 있으므로 클럽의 역사외 굳이 프로, 아마 역사를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지만 어쨋거나 부천구단하면 그들의 오랜전통이 늘 자랑거리인것은 분명했다. 더구나 붉은악마보다 오래된, 다시말해 붉은 악마탄생의 중추적역할을 했던 그들의 서포터즈야말로 한국 축구의 산증인 아니던가. 내가 지지하는 포항스틸러스와는 또 다른 나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구단이 바로 부천구단이었다.
내가 프로축구에 관심을 가지게된 것은 중학교때 축구부가 있는 학교에 다녔기 때문이고, 그 축구부중 한명과 친했기때문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 그토록 축구판을 돌아다녀도 그의 이름을 들어본적이 없어 그 친구가 아마 축구를 관두었거나 썩 괜찮은 선수가 못된것 같아 아쉽지만 어쨋든 그친구가 그 시절에 자신의 꿈이 유공에서 뛰는것이라고 말하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자기뿐아니라 같이 공차는 모든 친구들의 꿈이라고 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어쩐지 또다른 동창생중 한명인 이원식선수가 결국 유공에서 프로선수생활을 했으니 진짜 그랬었나보다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그때 유공보다는 내 우상이던 최순호가 뛰던 포항제철을 좋아했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그러나 그런 전통, 그들의 자부심이 모두 하루아침에 허공에 사라져 버렸다.
연고이전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이번 사태를 보며 아직까지 팀운영, 리그에 대한 접근법에 있어 아직 팬들과(구체적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팬, 즉 서포터즈) 리그 운영주체사이에 큰 인식차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홈이냐 프랜차이즈냐, 어떤게 옳으냐가 아니다. 나는 이 두가지도 얼마든지 적절한 선에서 적합한 모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부류지만 양 집단의 인식차에는 한치의 틈도 없다.
더구나 아쉬운점은 모기업이 20년 이상을 쌓아온 그들의 전통이라는 성을 너무나 쉽게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마치 손에 가진 금덩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바보마냥 그렇다. 최고의 서포터즈를 가졌던 그들. 자랑스런 역사를 가졌던 그들이 스스로를 3류로 자해하는 일인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들의 축구팀을 유지한다고 해도, 또 비슷한 한팀과 더불어 영원히 낙인찍힌 3류, 패륜의 이미지는 어찌할지. 그들이 트레블, 아니 세계 클럽컵을 10년 연속으로 우승한다고 해도 명문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이래저래 축구팬은 힘들다.